"국내 바이오기술 수준 세계 4위… 가능성 무한"

[창간 51주년 스페셜 인터뷰]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글로벌’ 기치를 내건 한국 제약업계가 1200조원에 달하는 해외 의약품시장 진출을 속속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제약산업 수출액은 전년보다 15.2% 증가하며 4조원에 육박하면서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면서 신규 유입을 통해 고용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만나 제약산업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조망해 본다. 

지난 11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간의 소회는.
 -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협회는 여러 경로를 통해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게 제약산업의 현안과 육성방안에 대해 건의했다. 새 정부는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동력산업으로 인식하고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우리나라 제약사업의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는 못했지만 발전을 위한 여러 인프라들은 잘 갖춰져 있다. 전 세계 신약후보물질 7000여개 중 우리나라가 100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수가 많아지는 수준에서 탈피해 이제는 국내 개발 시약이 글로벌 무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규모가 작은 국내 기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와의 전략적인 협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취임사를 통해 국민건강과 제약·바이오산업과의 조화를 강조했다. 현재의 약가인하 조치와 관련 제약산업 육성이 다소 모순이 있는 것 같다.
 - 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1200조인데 반해 우리나라 시장은 19조에 불과하다. 1조 이상이 되는 기업이 한미, 유한, 녹십자 등 3개밖에 안된다. 따라서 지금은 국내 제약산업을 성장시키는데 동력을 모아야할때다. 그렇다고 해서 일괄적인 약가인하는 문제가 있다. 신약과 바이오의약품 등의 경우는 해외에서 경쟁하기 위해 약가 우대가 필요하다.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의 컨트롤타워 부재로 장기적인 정책 수립과 실행이 어렵다면서 대통령 직속 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을 통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제약·바이오·의료기기분과를 두기로 했다. 향후 출범하게 될 제약·바이오·의료기기분과에 조언을 한다면.
 - 지난 2000년 이후 매해 평균 1.6개의 신약을 개발할 정도로 연구개발 역량과 의지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하나의 신약개발에 1~3조원,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신약은 자금과 기술이 제대로 시너지를 낼 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제약산업의 관건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 즉 자금을 얼마나 확대하고 동시에 확보된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생산성 향상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했을 때 탈부처 성격의 국가 콘트롤타워 설치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글로벌 신약 하나만 탄생하면 세계적 제약강국 진입은 시간문제다. 국내 제약기업의 규모를 감안할 때 정부의 도움과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오롯이 제약산업의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 창출능력에 주목해 일관된 정책기조를 갖고 제약산업을 국가적 의제로 삼고 육성해 주길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당시 제약·바이오산업을 고부가가치 창출 미래형 신산업이라고 규정하고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이 왜 미래 먹거리산업인지. 설명해 달라.
 - 미래 먹거리산업으로서의 무궁무진한 성장가능성 때문이다. 저성장기조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변화 등의 요인으로 세계 의약품시장은 매해 5%안팍의 성장세가 지속돼 왔다. 세계 제약·바이오시장은 자동차산업(700조원)과 반도체산업(500조원)의 규모를 합친 것과 맞먹는 120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세계 각국이 자국 제약산업 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 볼 때 앞으로도 연 4~7%대의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신약 하나면 세계 20대 제약기업에 진입할 수 있다. C형간염치료제 하보니의 경우 연 매출액이 20조원에 달한다. 적자를 지속하던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의 경우, 세계적인 신약 개발 성공에 힘입어 단숨에 탑4제약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제약·바이오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이면서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면에서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현 정부의 정책과도 연계되는데... 일자리 창출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있는가
 -
제약산업계는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저성장기조에 따른 제조업계 전방의 고용감축 흐름과는 달리 제약업계는 최근 5년간 2만여명이 증가해 종사자는 10만명에 달한다. 매년 4000여명을 신규 고용한 셈이다. 고용증가율(2014~2024년) 역시 제조업은 0.8%에 불과하나 제약은 2.0%로 전 제조업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석박사 등 양질의 인력 유입을 통해 고용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기술기반의 고부가가치 제약산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규모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며 현재는 물론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제약산업의 경우 제조업은 물론 전 산업 평균 부가가치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특허를 통해 시장을 독점(물질특허 존속기간 20년)할 수 있어 장기간 고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는 까닭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도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국내 업체의 규모는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할 때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 열악한 실정이다. 국제무대에서 선진국들과 경합을 하기위해서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인 것 같다.
 - 우리나라는 현재 28개의 국내개발 신약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GMP(우수의약품품질관리기준)선진화 프로젝트에 따라 국제적 수준의 생산품질관리역량을 보유하면서 국제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또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와 ICH(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가입으로 국제의약품 정책과 규제를 주도하며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의 경우 글로벌신약을 배출할 정도로 상당한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다. 단 한 건의 세계적인 신약만 나와도 한국은 단번에 신약 강국으로 부상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이라는 추동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제약·바이오산업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박차고 나아가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전폭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하겠다.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로 화제를 돌리겠다. 리베이트가 잊혀질만하면 가끔씩 사회문제로 등장한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회원사들이 자발적으로 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을 통해 윤리경영을 확대하고 있으며 협회 역시 최근 윤리경영 워크숍을 갖고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요.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없는 건가.
 - 일부에서 잔재가 남아있지만 많이 투명해 지고 개선됐다. 무엇보다 제약기업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리경영이 확실하게 뿌리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업계차원에서 자정활동이 강화되도록 공정거래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도입하고 자발적인 내부자 고발 보호 프로그램 가동하고 있다. 협회도 리베이트를 자행하는 회원사에 대해 회원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는 한편 CP환경이 조성되도록 윤리경영 워크숍이나 자율점검을 실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밖에 최근에 이사장단회를 열어 제약산업의 준법·윤리경영을 훼손시키는 영업대행사(CSO)의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 강력한 자정노력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제약업계에 많은 현안사업이 산적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임기 중에 마무리지을 역점사업이 있다면
 - 국회의원 시절에 제약산업육성법을 발의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심정은 똑 같다. 제약산업이 미래성장동력산업이자 먹거리사업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제약산업은 우리의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재를 비롯해 생명공학 인프라와 뛰어난 임상시험 능력, 최고 수준의 IT 기반기술을 갖춘 바이오의약품 강국이다. 국내 바이오분야 기술수준은 미국, EU, 일본에 이어 세계 4위권이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중소기업 수준인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시키는데 일조를 하겠다.

이밖에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제약산업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은 물론 경제를 지키는 산업이니만큼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육성시켜야 한다. 세계적인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몇 개만 터트리면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단숨에 도약할 수 있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원희목 회장은...]
△1954년 서울 출생 △1973년 용산고 졸업△1977년 서울대 약학대학 졸업 △강원대학교 대학원 약학 박사 △2004년 대한약사회 회장 △2008년 제18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헬스커뮤니케이션연구원장 △2013년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 △2017년 제21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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