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인허가·약가제도 등 인프라 구축 시급

[창간 51주년 특별기획 1/ 제약·바이오강국으로 가는길] 무역장벽 넘고 세계로

자국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美·中·日 등 주요국 수출 고전
잦은 규정 변경 정보부족 등 '해외임상' 걸림돌 1위

국내 기업들이 장기적인 내수시장 침체에 따른 새로운 돌파구로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를 강화하면서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더구나 자국 무역보호중심을 모토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호무역 정책을 통해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겠다며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멕시코 등 주요 교역상대국을 상대로 고강도 통상압력을 예고하고 있어 특히 무역 비중이 GDP의 약 85%에 달하는 우리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현상은 관련 지표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작년 11월 말 주요 수출국 30곳을 대상으로 반(反)덤핑과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대한(對韓) 수입 규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새로 조사에 착수한 건수가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펴낸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보고서에는 국내 수출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등 주요 나라의 높은 무역 장벽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수출업종별 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약업종을 비롯해 정밀화학, 화학섬유, 화장품, 타이어, 식품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직간접적으로 보호주의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각국의 관세장벽이 낮아지고 있지만 의약품과 식품 분야를 중심으로 무역기술장벽(TBT)은 더욱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각국의 기술규제 도입 건수와 이에 대응하는 공식 이의제기 건수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발간한 2016년 무역기술장벽(TBT)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537건에 불과했던 WTO 회원국의 TBT 통보문은 지난해 2336건에 달했다. 이는 WTO 출범 이후 가장 많은 기술규제 도입 건수로 지속적인 증가세다.

각 나라는 기술 관련 규정을 제정 또는 개정하게 되면 대부분 관련 내용을 WTO에 통보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가장 많은 442건의 기술규제를 통보했다. 이어 브라질 128건, 이스라엘 123건, 유럽연합(EU) 110건, 우리나라 83건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신규 도입 기술규제 1653건 중 개도국에 의해 통보된 건이 76%에 달했다.

분야별로 보면 식품·의약품 분야(701건, 30.0%)가 가장 많았으며. 전기전자 분야(306, 13.1%), 화학 세라믹(299, 12.8%) 등에서 기술규제 도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보호무역주의의 높은 장벽을 실감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진출시 겪는 가장 큰 진입장벽 및 애로사항으로 해외임상을 꼽는 가운데 중국의 경우 등록규정의 잦은 변경과 높은 자료수준 요구, 현지 임상· 생동물학적동등성 시험 진행의 까다로움과 높은 비용, 현지정보 부족 등을 들고 있다.

국제공통기술문서 시행에 따른 등록서류 경험부족 등을 진입장벽으로 꼽고 있다. 복지부가 내놓은 '국내 제약기업이 제기하는 주요 수출국 진입장벽' 조사자료를 보면, 일본은 오리지널 위주의 제약시장이 형성돼 있어서 높은 품질수준을 요구하고 시장개척 초기 단계 지출이 크다는 점이 부담요인으로 들고 있다. 

또 중간유통업체인 '벤더'를 통해야만 소매상 진출이 가능한 폐쇄적 거래형태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점도 지목됐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수입허가 규정도 까다롭다.

대만은 방대한 표준절차문서(SOP) 제출과 영문번역이 부담이 된다고 했으며, 베트남처럼 PIC/s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픽스) 미가입에 따른 불이익이 있고, 시장정보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오리지널 선호도가 높아 제네릭 중심의 국내 제약기업의 진출에는 상당한 도전이 뒤따른다.

태국은 국제공통문서 시행에 따른 등록서류 경험부족, 현지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등이 진입장벽으로 거론됐다.

인도네시아는 현지 생산설비가 없으면 제품 등록과 판매가 불가능하다. 말레이시아는 PIC/s GMP 또는 US, EMEA GMP 인증을 요구하고, 생동성시험도 미국이나 유럽, 호주 등의 결과만 인정한다.
이 밖에 이란은 자국 생산 의약품과 동일품목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고, 이라크는 동일품목에 대한 등록업체 수를 제한한다. 정보 부족으로 제품 및 지역선정,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전략적 접근 어려움은 공통된 진입장벽으로 꼽혔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내놓은 ‘2015년 의약품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인허가 및 시장정보’ 보고서 중 ‘의약품 해외시장 진출 관련 수요조사’ 결과에서는 ‘해외임상’이 의약품 수출에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꼽았다.

해외임상이 의약품 수출시 애로사항 1위를 기록한 것은 허가등록 소요기간 및 비용, 보건당국과의 의사소통, 국가별 인허가 규정 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전략기획 단계, 생산 및 품질관리, 유통 및 수입 과정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필요한 정보로는 인허가가 1위를 차지했으며, 수출대국의 약가 및 유통제도와 제약산업 동향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외국업체가 해당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루트에 대한 다면적 접근과 정보’, ‘주요 제조업체의 생산 품목 리스트’, ‘WHO 등 국제기구 납품관련 정보’, ‘국가별 안정성 시험자료 요건’, ‘국가별 현지 임상시험 필요여부(가교시험 인정 여부)’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보고서는 “응답자의 80% 이상이 해외시장 진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할 정도로 이미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진출은 내수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해외진출 전략수립에 필요한 국가별 인허가제도, 시장, 아웃소싱그룹, 협력사 등의 정보를 구축하고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홍유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