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EHS 경영, 선택 아닌 '필수'

환경·보건·안전 전담부서에 지원 아끼지 말아야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산하 원료의약품연구회(연구회장 편도규)는 24일(금),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 2층 토파즈홀에서 23차년도 제1회 정기세미나를 개최했다.

원료의약품연구회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에서 원료의약품과 의약품중간체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1994년 설립된 조합 산하 단체로, 원료의약품 관련 전문가들의 중심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원료의약품 산업의 EHS(환경·보건·안전) 관리현황과 대응방안 및 학계 연구동향을 주제로 개최됐다. 2015년 새롭게 적용된 화학물질관리법의 영향으로 최근 원료의약품 제조분야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EHS에 대한 현 실태를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와 함꼐 신약개발에 대한 산·학 공동연구 촉진을 위해 학계의 연구동향을 알아보는 장도 준비됐다.

EHS란 환경(Environment), 보건(Health), 안전(Safety)의 약자로, 분야 정보 통합 관리 시스템을 통한 개선을 뜻한다. 환경오염과 근로자 건강, 작업장 안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자율적 환경·보건·안전 경영을 정착시킬 수 있다. 산업적으로는 비정상/정상적 작동 조건에 따른 부작용을 감소시키고, 사고를 예방해 경영전략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해서 최종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확보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원료의약품연구회의 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JW중외제약의 편도규 상무는 "이번 주제는 원료의약품이 글로벌라이즈 하기 위해서 외적으로 필요한 환경이나 안전, 보건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EHS 실사에 대해서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세미나를 통해 점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본의 경우 과거에는 2 step 합성이었다면 그에 준하는 2단계 자료만 제공하면 됐지만, 작년의 경우 몇몇 업체가 출발 물질의 원료에 대한 GMP 서류까지 요청받았다. 점점 허들이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가 슬기롭게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면 이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라며 국내 제약업계의 세계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갔으면 하는 소망을 밝혔다.

이 날 세미나에서, 에스텍이엔씨 김정훈 대표는 제약업계에 최근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PSM)'과 '화학물질관리법(ORA,RMP)'이라는 새로운 규제 법규에 대해 소개했다.

김 대표는 "제약산업은 독을 가지고 약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 옛날에는 위험을 인식하지 않고 산업을 진행했지만, 이제는 관련 법규가 생기면서 설계부터 공정까지 EHS를 적용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라며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공정의 경우 세세한 부분까지 규제가 적용되니만큼 이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PSM)은 2016년 1월 고용노동부령으로 제정됐으며, 화학물질관리법(ORA, RMP)은 2015년 12월 환경부령으로 시행된 법이다. 다양한 산업 재해 및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정됐다. 위 두 법은 같은 물질에 대해 동시 적용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과산화수소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산화성물질로 분류돼 규제가 적용되며, 화학물질관리법에서는 유독물질로 분류돼 또 다른 규제가 적용된다.

▲PMS에서 지정하는 대상물질 51종

산업안전보건법(PSM)은 중대산업사고의 예방을 위해 제정된 법으로, 사업주는 시운전 전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해 노동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PMS에서 지정하는 대상물질을 지정수량 이상 취급하는 업체의 경우 분야에 상관없이 해당 법을 준수해야 한다. PMS 물질로는 질산, 과산화수소, 염산(10%이상), 황산(10%이상), 암모니아수(10%이상) 등 총 51개 물질(2014년 9월 13일 추가)이 포함된다.

화학물질관리법(ORA,RMP)은 과거 액화불화수소 누출 사건을 계기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한층 강화한 규제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자는 취급기준을 준수하고 개인보호구 착용, 진열·보관 제한, 분류표시 등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며, 이를 위한 영업허가를 환경관리공단으로부터 받도록 돼 있다. 영업허가를 위해서는 장외영향평가서, 적합 판정을 받은 검사결과서, 위해관리계획서(사고대비물질 취급의 경우),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맞는 유해화학물질별 취급시설과 장비 확인 자료 등을 제출해야 한다.

특히 공장 주변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가능성을 판단하는 장외영향평가서의 경우 설비착공 30일전에 제출해야 하는 등 규정이 까다롭다. 한번 허가를 받더라도 정기검사(영업허가 대상-매년, 비대상-매2년)를 통해 취급시설을 관리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지속적인 관리감독 및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이런 제도들이 가동됐으니만큼 해당 법에 대한 이해 및 준비가 필수적이다. 화학물질관리법의 경우 분야에 따라 위반 시 매출의 3%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되기도 하니 제약업계 연구원들도 자사가 쓰는 물질이 어디에 포함되는지 확실히 인지하고 규제사항에 대해 귀기울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한미정밀화학 EHS팀 이광호 팀장은 '국내 제약사 EHS 현 실태 및 글로벌 EHS 수준 향상을 위한 노력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한미정밀화학 이광호 팀장

한미정밀화학 내 EHS팀은 총 직원 수 4% 이상(9명)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기/수질환경, 전기&소방, 화공&위험물, 기계&PSM, 보건&EHS 등의 파트 등으로 이루어졌다. 작년부터 CMO사업을 시작하면서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는 안건보건문화 및 EHS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팀장은 먼저 글로벌 제약사의 EHS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사에서 말하는 EHS란 환경, 안전, 보건 뿐 아니라 윤리, 노동, 경영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EHS전문팀이 하는 일은 대기오염 관리, 정보 솔루션, 환경·건강·안전 잠재력 분석, 영향 평가 및 계획 수립 뿐 아니라 회사의 사람과 자산, 환경을 보호하고, 합병, 인수 위험&부채 관리,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 수립,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까지 넓은 분야에 걸쳐 활동한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는 자사가 진출해 있는 모든 국가의 EHS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안전한 제품생산 파트너를 선택한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은 EHS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국내 제약사는 부서명칭에서부터 EHS라는 개념을 아직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 EHS를 위한 최소한의 전담 인원을 보장해주는 경우도 거의 없으며, 대부분이 겸직을 통해 EHS 업무까지 맡고 있다. 회사 경영진 차원의 지원도 부족한 경우가 많을 뿐더러,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EHS 관련 업무를 끌어안고 있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이 팀장은 "국내 제약사가 국내외 EHS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먼저 이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라며 "경영·IT·인사·공무·품질·구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EHS에 대한 이해 및 공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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