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9조 디저트 시장’ 놓고 한판 승부

디저트 열풍, ‘나를 위한 작은 사치’…만족도 높으면 과감히 소비

강남 압구정동이나 신사동에서는 한조각에 7000~8000원하는 디저트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인근 식당 김치찌개 요금이 6000~7000원 인점을 감안할 때 밥값보다 더 비싼 셈이다. 디저트의 사전적 의미는 ‘양식에서 식사 끝에 나오는 과자나 과일 따위의 음식’, 즉 후식(後食)이다. 일각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가격이 비싸다고 불평해 하지 않는다. 서울의 대다수 주요 호텔이 이보다도 훨씬 비싼 딸기 뷔페 등의 디저트 뷔페를 4만원에서 7만원대까지 고가의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지만 손님들로 성황을 이룬다.

유진투자증권 오소민 저널리스트는 “이 같은 현상은 ‘나를 위한 작은 사치’ 트렌드에 기인한다”면서 “나를 위한 작은 사치는 가치소비와 같은 컨셉인데 가치소비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되 본인의 만족도가 높은 소비재는 과감히 소비하는 것으로 자기 만족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즉 소비 확대는 불화의 지속과 소유에 큰 의미를 두기 보다는 ‘현재에 잘 쓰고 잘 즐기자’는 20~30대의 소비성향,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 등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디저트외식시장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4년 디저트 외식시장 규모는 전년에 비해 13.9% 증가한 8조976억원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가장 많은 디저트를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디저트 시장 확대는 디저트의 종류와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 디저트라고 하면 커피나 음료가 전부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케이크, 빙과, 생과일쥬스, 차  등으로 확대되면서 디저트 카페가 붐을 일고 있다. SNS도 디저트 카페 시장을 확장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인터넷을 타고 화려하게 치장한 케이크 등 각종 디저트류가 네티즌에게 전파되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쥬스·차 전문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지난 2013년에 8개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53개로 3년만에 약 6.7배 증가했다. 미용과 웰빙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및 요구가 커지면서 과일과 차를 기본으로 하는 음료 전문점이 지속 성장하는 추세이다.  

제과업도 매출액 2014년을 기준으로 할때 전년대비 10.5% 성장한 4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고품질 단일품목 전문점 시장이 더욱 다양화 세분화되면서 디저트 업종 중 기술력으로 가장 선진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디저트 시장은 수성하려는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와 신규 진입하면서 시장 확보에 나서는 식품 및 유통업체와의 치열한 경합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빙그레·오리온·해태 등 제과업체, 자사 제품으로 직접 카페 운영

디저트 카페가 새로운 업종으로 부상하자 빙그레, 오리온, 해태제과 등 제과업체들이 자사의 인기 제품을 활용해 속속 진출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직접 카페를 운영하면서 매출 확대는 물론 고객과의 소통을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이중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 3월 동대문 현대시티아웃렛에 옐로우카페를 오픈하고 대표 제품인 바나나맛우유를 사용해 만든 음료와 아이스크림 등을 선보였다. 바나나맛우유 카페인 옐로우카페 매출은 아울렛 전체 카페 14개 중에서 1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은 지난해 2월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디저트 카페 랩오를 오픈, 초코파이를 최고급 원료와 수제공정으로 재탄생시킨 빅 초코파이, 민트 크런치 초코파이, 초코파이 케이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제과업체로서의 강점을 살려 디저트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해태제과는 지난해 12월 홍대입구에, 올들어 3월 동대문에 디저트카페 해태로를 열고 허니버터칩, 홈런볼 등 자사 인기 제품을 변형한 디저트를 시판중이다.

CJ제일제당·풀무원 등 식품업체, 대표 디저트 브랜드로 육성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등 식품업계도 디저트업계가 해가 다르게 성장하자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쁘띠첼을 내세워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쁘띠첼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8% 가량 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쁘띠첼을 국내 디저트의 대표 브랜드로 키워 오는 2020년 연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풀무원은 국내 최초로 콩으로 만든 푸딩 사르르달콩을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 들었다. 사르르달콩은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호주산 유기농 콩으로 만든 고농축 두유를 생크림, 카카오와 함께 부드러운 푸딩 제형으로 만들어 영양과 맛을 모두 살린 디저트다. 풀무원은 사르르달콩 출시를 시작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소이 디저트시장을 주도적으로 개발,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서울우유·매일유업·롯데푸드 등 유업체, 새 먹거리로 돌파구 찾아

출산율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우유협동조합, 매일유업, 롯데푸드 등 유업계도 디저트라는 새 먹거리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 8월 젤라틴과 크림치즈를 가미해 요거트의 식감을 더욱 부드럽게 살린 비요뜨 푸딩 신제품을 선보이고 디저트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서울우유는 비요뜨 푸딩을 통해 비요뜨를 대표 디저트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매일유업은 자회사인 엠즈씨드의 커피 프랜차이즈 풀바셋을 통해 판매하는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이 좋은 반응을 보이자 별도의 전문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남양유업도 숍인숍 형태의 디저트 카페 백미당1964를 통해 유기농을 콘셉트로 아이스크림, 커피, 식빵 등을 디저트 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롯데·현대백화점, 디저트 매장 면적 늘리고 글로벌 브랜드 입점

디저트 열풍이 좀처럼 시들어지지 않자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디저트 매장 면적을 늘리는가 하면 세계 유명 디저트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디저르 매장이 식품관의 주요 매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올초 식품관내 다른 점포를 줄여 38개 디저트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글로벌 디저트 브랜드 입점 경쟁도 명품 브랜드 유치만큼이나 치열하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매그놀리아, 조앤더쥬스를, 롯데백화점은 위고에빅토르와 베이크를 국내 최초로 입점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3년부터 일기 시작한 디저트 열풍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디저트 시장의 주요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SNS를 통한 정보 교환이 활발해 지면서 디저트 붐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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