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계약 해지에 해외임상 중단 '얼어붙은 제약가'

10월발 악재에 제약株 하락세...과감한 R&D투자 반등 계기 만들어야

8조원대 기술수출로 제약업계를 넘어 국내 산업 전반의 관심을 집중시키던 한미약품의 계약파기 소식이 전해진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한미약품 사태는 제약업계 R&D에 쏠려 있던 시장의 기대치가 과도했다는 것을 증명하며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를 급냉시켰다. 실제로 2016년 3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오면서, 제약사들의 주가는 큰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악재는 겹쳐서 일어난다는 말처럼, 한미약품 사태 이후 제약업계에는 몇 년간 준비해 온 수백억대 수출계약의 해지나 해외 임상중단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미약품 사태로 인해 냉각된 분위기가 더욱 침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몇 주 간의 침체기를 거치며 반등세를 보이려던 제약업종 지수가 다시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 13일 중국 업체 장시지민커신집단유한공사(이하 JJK)로부터 '실로스탄CR정' 공급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번에 해지된 건은 2013년 6월 28일 진행된 개량신약 ‘클란자CR정’, ‘실로스탄CR정’ 등 개량신약 2개 제품에 대한 790억원 규모 공급계약 중 '실로스탄CR정' 384억원에 대한 계약이다. 계약해지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실로스탄CR정'은 유나이티드제약이 5년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13년 출시한 항혈전제 개량 신약이다. 1일 1회 복용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어, 기존 제품(1일 2회)에 비해 복약 편의성을 높였다.

JJK사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계약 파기 위약금은 없으며, 중국 내 임상과 허가 취득 전까지의 모든 관련 자료 및 권리를 이전받아 사실상 유나이티드제약의 손실은 최초 계약시 지급받은 4만500달러의 반환 외에는 거의 없다. 그러나 기대수익 감소로 인한 기저효과로 보도 전 1만8700원이었던 유나이티드제약의 주가는 14일 최저 1만6350원선까지 12.5% 가량 떨어졌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녹십자는 13일, 미국에서 진행해오던 혈우병치료 유전자 재조합제제 '그린진에프(GreenGeneF)'의 임상 3상 중단 소식을 알렸다.

녹십자는 미국 임상 기간을 당초 2~3년 정도로 예상했지만, 혈우병이라는 희귀질환 특성 상 신규 환자 모집이 더디게 진행되어 임상이 계획보다 지연됨에 따라 투자비용 증가와 출시 지연이 예상되어 임상 취소까지 오게 되었다.

회사 측은 미국 임상이 취소된 대신 2012년부터 준비 중인 중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에서 혈우병 치료를 위한 혈액제제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0%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그린진에프’와 같은 유전자 재조합제제의 경우 매년 3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미국 임상 중단 소식이 전해진 직후 녹십자 주가는 대폭 하락. 12일 17만500원으로 마감했던 녹십자 주가는 14일 15만6000원으로 급락했으며, 25일 14만6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는 등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대화제약은 20일, 대만 로터스(LOTUS)사와 체결한 '리도카인패치 5%'의 공급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대화제약은 지난 2014년 2월, 로터스사와 '리도카인패치(Lidocaine Patch) 5%'를 5년간 미국, 유럽, 중국에 제조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급규모는 약 423억원, 계약기간은 2024년까지였다. 그러나 로터스사는 계약당시 사전 조건인 제품허가 취득 등을 이행하지 못했고, 결국 계약 해지에 다다르게 되었다.

당초 대화제약은 로터스와의 계약을 통해 기존의 동남아 위주 수출 구조에서 미국, 유럽, 중국에 진출하려는 전략을 세웠으나, 보상금 3억5000여만원만 받고 계약을 해지하게 되어 해외전략 일정을 다소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각종 변수가 난무하는 제약·바이오업계에서 계약해지나 임상중단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신약의 경우 전임상부터 신약 상용화 허가까지 평균 10년의 개발기간이 걸리고, 최종 상용화 확률 역시 9.6%에 불과해 실패 사례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성과 경쟁사의 움직임까지 더하면 얼마든지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야말로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R&D투자와 기술혁신을 통해 냉각된 분위기를 녹여야 한다"라며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진출 과정에서의 실패 사례들이 폄하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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