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신경망 가지치기’ 결핍이 자폐증 불러

미세아교세포의 ‘자가포식작용’ 부족이 원인

정상적인 뇌 발달을 위해서는 자주 사용되는 신경망은 강화되고 불필요한 신경망은 제거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경망 제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폐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지금까지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 윤승용․김동호 교수팀은 생후 초기 머릿속 신경세포가 연결되는 과정에서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불필요한 신경망을 ‘가지치기’ 해주는 과정인 자가포식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폐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했다고 최근 밝혔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이른바 ‘신경망 가지치기’ 결핍으로 인해 나타난다는 기존 의학계의 가설을 증명해 낸 것이다.

사회성 결핍, 소통장애, 반복적 행동 등을 보이는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최근 30년간 환자가 10배가량 증가해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신경망 발달 저하가 자폐증의 원인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최근 생후 초기 자폐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의 뇌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커진다는 사실이 관찰된 이후에는 오히려 뇌 속 신경망의 과다한 연결이 자폐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수팀은 신경망 가지치기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에 주목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세포의 약 10-15%를 차지하는 면역세포로 뇌 속 감염이나 손상이 일어났을 때 ‘자가포식작용’을 통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먹어치워 없애버리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뇌 속 환경미화원인 셈이다.

연구팀은 미세아교세포의 자가포식작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atg7’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를 만들어 행동을 관찰했다. 정상적인 생쥐와 비교 관찰한 결과, ‘atg7’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에게서 대표적인 자폐 증상인 사회성 결핍과 특정행동 반복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 안에 낯선 생쥐를 들여보냈더니 정상 생쥐는 약 220초 동안 관심을 보인 반면, ‘atg7’ 유전자 결손 생쥐는 약 150초 동안만 낯선 쥐와 상호작용해 ‘atg7’ 유전자 결손 생쥐의 상호작용 시간이 약 68%에 불과했고, 혼자서 보낸 시간은 120초로 정상 생쥐의 80초에 비해 약 1.5배 높아 심한 사회성 결핍을 보였다.

또한 생쥐들의 습성인 ‘땅에 물건을 묻는 행동’을 관찰한 결과, 정상군이 10개의 구슬을 땅에 묻는 동안 ‘atg7’ 유전자 결손군 생쥐는 15개의 구슬을 땅에 묻어 특정행동 반복을 약 50% 더 많이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자폐 증세를 보이는 생쥐의 뇌를 해부해 신경망을 분석한 결과, 신경세포 사이를 이어주는 ‘수상돌기 가지’의 개수가 증가되어 있는 것을 확인해 신경망의 과도한 연결이 자폐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윤승용 교수는 “뇌 속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의 자가포식작용 결여가 자폐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밝혀짐에 따라 이를 활용한 새로운 자폐증 치료법이 개발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의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분자 정신의학’誌 (Molecular Psychiatry, 인용지수 13.314)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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