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부암 안전지대 아니다…초기 병변 교육 중요"

피부과학회, 최근 5년간 피부암환자 추이 분석결과 44% 증가…조기진단과 치료 강조

피부암 및 광선각화증 환자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각국에 비해 피부암에 있어 안전지대로 알려져 있던 한국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피부암의 발생 빈도는 낮으나 고령화 등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 초기병변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대한피부과학회(이사장 정준영)는 13일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피부암에 대한 위험성을 소개, 지난 2009년부터 최근 5년간 피부암환자 추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김일환 고대안산병원 교수는 "피부암은 초기 병변이 다양해 초기 진단이 어렵다"며 "이로 인해 늦게 내원하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이어 "내원이 늦어지면 피부암의 종류에 따라 수술 등으로 완치가 어렵고, 생존에 지장이 있어 결과가 나쁘다"며 "이렇게 늦게 발견돼 진단되면 유병률과 사망률도 높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점 등과 유사한 경우 악성인지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해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해야 한다"며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지연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부암은 조기발견과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하다"며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대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교육과 캠페인 등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피부과학회는 지난 2003년부터 매년 '피부건강의 날' 캠페인을 진행해 오고 있다.

▲(왼쪽)이준영 이사장, 이규석 회장.

이준영 이사장은 "매년 학회는 피부건강의 날 행사를 하면서 탈모, 아토피, 대상포진 등 국민들에게 흔히 영향을 주는 질환에 대해 홍보를 해왔다"며 "야외활동, 고령화 등으로 인해 피부암이 늘어나고 있어 올해 주제는 피부암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규석 회장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피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증가되고, 다양한 피부관련 정보가 넘치고 있다"며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건강정보가 난무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 때문에 올바른 피부건강에 대한 정보전달이 중요하다"며 "올해는 피부암을 주제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피부암의 정확한 진단,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피부과학회는 이날 지난 2009년부터 최근 5년간 피부암 환자 추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악성 흑색종을 포함한 피부암 환자수는 2009년 1만980명에서 2013년 1만5826명으로 44.1%나 증가해 한해 평균 9.6%의 증가율을 보였다.

2013년 악성흑색종의 조유병률은 10만명당 7.4명, 악성흑색종을 제외한 기타 피부암(편평상피세포암, 기저세포암 등)의 조유병률은 10만명당 23.6명으로 나타났다.

악성흑색종을 포함한 신규 피부암 환자의 발생건수는 2010년 6739건에서 2013 년 7677건으로 4년간 약 938건(13.9%)이 증가해 연 평균 3%씩 증가했다. 2013년 악성흑색종의 조발생률은 10만명당 3.0건이었고, 기타 피부암의 조발생률은 10만명당 12.0건이었다.

피부암 중 악성도가 가장 높은 악성흑색종의 경우에도 환자수가 꾸준히 늘어 2009년 2819명에서 2013년 3761명으로 33.4% 증가했다.

악성흑색종은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내는 멜라닌 세포의 악성화로 생기는 피부암으로, 뇌와 척수로의 전이는 주요 사망 원인이 된다.

가려움이나 통증 같은 자각 증상이 없이 평범한 검은 반점으로 보여 방치되기 쉬운데, 검은 점이 새로 생긴다든지, 이미 있었던 검은 점의 모양, 크기, 색조가 변하는 경우, 또는 기존의 점과 인접하여 새로이 작은 점들이 생기는 경우가 나타나면 의심할 수 있으며 특히 손발에 위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악성흑색종 환자의 경우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2013년 기준으로 40대 환자 비율이 5.1%였으며, 50대는 13.9%, 60대는 24.8%, 70대 이상이 37.4%를 차지했다.

연령대별 조유병률은 10대가 인구 10만명당 0.7명 20대가 1.2명, 30대가 2.8명, 40대 4.7명, 50대 9.8명, 60대 18.4명, 70대 29.2명, 80대 41.4명 순으로 연령대가 높아질 수록 증가했다.

성별로는 악성흑색종, 기타 피부암, 광선각화증 모두 남성 보다 여성의 비율이 더 높았다.

2013년을 기준으로 악성흑색종의 경우 병원을 내원한 여성환자의 비율이 전체 3761명중 55%(2069명)였고, 기타 피부암은 전체 1만2065명중 56.5%(6816명), 광선각화증의 경우 전체 1만1522명중 63.2%(7283명)를 차지했다.

이준영 이사장은 "국민들이 피부건강에 대한 우려는 많은데 정확한 지식은 부족한 것 같다"며 "피부암은 인구 고령화와 자외선 노출 빈도가 높아짐으로 인해 국내에도 유병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병 초기에 피부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통한 조기 치료가 필요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초기 증상 발생 시 육안으로 증상 구분이 어려워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얼굴, 목, 팔 등 자외선에 노출되는 피부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으므로 갑자기 생긴 점이나 점의 모양과 크기가 달라졌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선각화증은 오랜 시간 햇빛에 노출된 피부 부위에 발생하는 각화성 병변으로, 표피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피부암 전 단계 질환 중 하나이다.

이 질환은 최근 5년간 환자수와 발생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선각화증 환자수는 2009년 6547명에서 2013년 1만1522명으로 76%나 급증했으며, 발생건수는 2010년 대비 49.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석종 홍보이사는 "흔히 피부암의 전 단계 질환으로 알려진 광선각화증은 습진으로 오인되기 쉬운데, 피부암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으므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조기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홍보이사는 또 "야외활동이 활발하거나 직업적으로 자외선 노출이 잦은 경우에는 자외선 차단제의 사용을 생활화하여 피부암 예방에 각별히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13회 피부건강의 날 캠페인을 통해 한국에서 피부암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는 한편, 피부암이 늦게 진단되고 잘못 치료되는 우리 현실을 짚어봄으로써 피부암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달리 하고자 한다"고 부언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5월 13일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제 13회 대한피부과학회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국내 피부암 실태 조사를 목적으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최근 5년간 피부암 환자 추이를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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