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용어 한글화 필요한가?

‘의학용어 한글화와 소통' 주제 심포지엄

홍유식 기자 2010.11.05 10:13:56

최근 법률, 과학 등 전문용어 대한 한글화가 논의되는 가운데 의사와 환자간 소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는 어려운 의학용어에 대한 한글화의 필요성이 의료계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아주대의료원이 4일 대한의사협회 동아홀에서 ‘의학용어의 한글화와 소통의 문제’를 주제로 개최하는 의료심포지엄을 통해 의학용어 한글화의 필요성과 대처방안, 시대에 맞는 소통의 기술과 방법 등을 논의했다.

특히 심포지엄에서는 의학용어의 한글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드러났다.

‘의학용어의 한글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한글화 작업이 되지 않을 경우 후대에 갈수록
우리말이 사라지고 문화사대주의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한해부학회 용어심의위원회 간사인 정민석 아주대 의대 교수는‘두피-머리덮개’, ‘두개표근건막-머리덮개넘힘줄’, ‘소성결합조직-성긴결합조직’, ‘골막-뼈막’ 등 옛 용어와 새 용어를 비교하며 한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쉬운 말이 좋은 말이고, 쉬운 말이 지금은 질 수 있지는 끝내 이긴다"며 "새 용
어는 의사가 아닌 환자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글화에 반대하는 ‘의학용어의 국제화’ 측은 모든 전문용어를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는 경우 글로벌 시대에 역행하고 무리하게 한글로 직역하는 바람에 뜻이 더 모호해지거나 말의 미묘한 차이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박인숙 울산대 의대 교수는 수천 년간 우리말에 깊숙이 뿌리 내린 한자를 순수 우리말로 전부 바꿀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우리말이 더 쉬운 경우에는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인플루엔자, 미토콘드리아 등 이미 우리말화(化)한 단어들은 영어발음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의학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의료계 전반에 걸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의학용어를 바꾸면 의사국가고시 뿐 아니라 의학관련 각종 자격시험 문제도 바꾸어야 하고 나아가 학술지, 생물학 교과서 등을 모두 바꿔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두 사람 외에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의사, 환자간 소통 부재 원인이 의학용어 때문인가), 이영미 고려의대 교수(소통 증진을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제근 서울의대 명예교수(의학용어 정책의 현황과 방향, 그리고 대표용어 제정)의 주제 발표와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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