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 의혹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 충격·허탈

SBS ‘뉴스추적’ 의혹 검증, 장진영씨 치료 중단 효과 없었기 때문… 스스로 진실 밝혀야

노의근 기자 2010.11.04 14:27:01

  
‘침·뜸의 대가’, ‘현대판 화타’로 불려진 구당 김남수씨의 여러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면서 또다시 충격과 허탈을 안겨주었다.

SBS ‘뉴스추적’은 3일 밤 11시15분 ‘현대판 화타, 구당 김남수 미스테리’를 통해 구당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을 검증하고 침구사 제도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을 파헤쳤다.

제작진은 우선 지난해 말 구당이 배우 장진영씨를 침·뜸 치료한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 취재했다는 MBC 이상호 기자의 책이 사실과 너무 다르게 부풀려졌다고 장진영씨의 남편 김영균씨의 증언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상호 기자는 이 책에서 ‘두세 번의 치료만으로 복부 종양이 1/3 정도로 크게 줄었다’, ‘시술 3개월 만에 위장 일부를 제외한 몸 속 암세포가 극적으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영균씨는 “더 이상 진실을 왜곡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SBS) 취재에 응하게 됐다”면서 “(구당이 진영씨를) 치료해 준 것은 고맙지만 결과가 안 좋게 끝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병원에서는 절망적으로 얘기 안 한다. 다행히 4기이다. 그래서 1년 동안 힘든 투병생활을 꿋꿋이 버텨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구당이) 침·뜸으로 100% 낫게 해 주겠다고 해서 믿었고, 언론에서 장진영씨 말을 인용해 침·뜸 치료를 하고 컨디션이 좋았다고 보도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이상호 기자의 책이 과장된 게 많고 자기 주관적으로 썼다”고 지적하고 “침·뜸 치료를 그만둔 이유도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구당이 침·뜸 치료를 하면) 전이가 안 된다고 그랬는데 말도 틀리고 실망이 컸다”며 “종양이 1/3 줄었다 했는데 CT나 MRI도 안보고 어떻게 알 수 있나”고 비판했다.

제작진이 장진영씨가 치료 받은 건국대병원에 진단 소견서와 CT 촬영분 일체를 확보해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결과 암덩어리가 컸으며 암은 그대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건국대병원 장일수 교수는 “침·뜸 치료로 단정하는 것 무리지만 상태가 악화됐다”고 코멘트했다.

또한 장씨에 대한 침·뜸 치료는 구당이 아닌 제자들에 의해서도 이뤄졌다고 제기했다. 남편 김영균씨는 “이상호 기자도 집에 와서 장진영씨를 침·뜸 치료했다”고 했고, 장진영씨의 가사도우미도 “구당이 해외 있을 때 자가 치료를 도왔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구당의 유명 인사 치료 경력에 대한 진위도 확인했다. 독립 운동가이자 민주화 투사인 장준하 선생,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김영삼 전 대통령, 수영 선수 박태환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치료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조차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구당은 “박태환 선수의 발에 있는 티눈을 뜸으로 치료했다”고 주장했으나 박 선수는 “뜸으로 치료가 안 돼 병원에서 제거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구당은 “김재규 전 중정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전날까지 침·뜸 치료를 받았다”고 했지만 김 전 부장의 변호를 맡은 강신옥 변호사는 “침술 치료를 받은 게 없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구당은 “장준하 선생도 디스크가 있어 침·뜸 치료를 했다”고 했으나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씨는 “장준하 선생이 디스크를 앓은 적이 없다”며 “(구당이) 상업적”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도 “아버지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며 “(침·뜸 치료는) 기억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구당의 고향 친인척을 비롯해 동네사람들에게도 접촉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이들은 “그 당시 동네에서는 침을 안 놓았다. 서울 가서 침술을 했다”고 전했다. 83년 침사 자격을 받아 남수침술원을 개업하면서 본격적인 침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침구사들과 한의학계의 오랜 갈등도 방송에서 다뤘다. 구당을 옹호하는 뜸사랑 회원들은 한의사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구당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한의사들은 침·뜸은 엄연한 의료행위로 엄격한 의료 기준으로 관리돼야 하고 무자격자에 의한 침뜸 치료로 인한 의료사고가 우려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재동 경희한의대 교수는 “(구당이) 일반인들에게 임상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구당의 비법인 ‘화상침술’과 지정된 혈자리에 뜸뜨는 ‘무극보양뜸’을 보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한의사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구당이 2008년 12월 행정안전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을 때도 미리 제출한 공적사항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식약청의 ‘식품명예감시원’으로 활동한 것과 대구동신초등학교의 ‘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는 것이 거짓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행안부 자료에 잘못 입력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당이 단시간에 뜰 수 있었던 것은 정치권과 언론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으로 지적됐다. 지금도 국회 의원회관 1층에는 구당이 운영하는 침·뜸봉사실이 버젓이 있고, 얼마 전까지 KBS 안에도 침·뜸봉사실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KBS는 2008년 9월 13~14일 추석연휴 특집 프로그램으로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 이야기’를 내보내면서 구당을 지난 70여년간 약 50만명을 임상진료한 ‘현대판 화타’로 불린다고 소개할 정도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정치권도 맞장구를 쳤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침구사법 부활을 위해 법안까지 발의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자 침구기사를 두기 위한 의료기사법 개정과 함께 한의사만이 아닌 일반인도 할 수 있게 뜸 자율화 법안 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제작진은 “뜸사랑 내부 문건에서 구당은 ‘(침구사 부활 법안을 발의한 의원에게) 자신이 먼저 3000만원을 건넬테니 회원들은 자신의 계좌로 10만원씩 입금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며 회원들과 함께 입법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구당은 “침뜸 치료로 에이즈, 사스 등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며 “연간 15만명을 침뜸 치료했으나 부작용이 단 한 명도 없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여러 의혹이 확인된 이상 구당은 밥그릇 싸움의 희생양으로만 주장할 게 아니라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