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조무사협회(회장 곽지연)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내 인력 운영 불균형과 불합리한 업무 전가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협회는 지난 10월 29일 서울 협회 LPN홀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개선 회원간담회'를 열고, 전국 임상협의회 김금옥 회장을 비롯한 현장 간호조무사들과 함께 제도의 현실과 문제점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현장에서 근무 중인 간호조무사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병동 내 간호사, 간호조무사, 병동지원 인력이 함께 근무함에도 불구하고 업무 위임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간호조무사에게 과중한 업무가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 간호조무사는 "한 명이 30명 이상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며 "안내, 이송, 약품 전달, 식사 보조, 구강 간호, 기저귀 교체 등 사실상 병동 내 모든 업무를 떠맡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중증 수술 환자나 거동이 어려운 환자까지 담당하며 휠체어 이동, 재활 보조까지 맡는 등 업무 범위가 불명확해 업무 과중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업무 전가뿐만 아니라 근로 환경과 환자 인식 문제도 현장에서 큰 고충으로 나타났다.
참석자들은 "병원 내부의 교육이나 업무 분장 지침이 미흡해 현장 혼선이 빈번하다"며 "일부 환자들이 간호조무사를 간병인으로 오인해 언어폭력이나 과도한 신체 수발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부분 간호조무사가 계약직 형태로 고용돼 있으며, 2년 단위 재계약 구조로 인한 고용 불안정이 지속된다는 점도 지적됐다. 야간 근무 시에는 계약서에 명시된 휴게·휴무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협회는 이번 간담회 결과를 토대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 개선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선 11월 중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장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근거로 12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내 간호조무사 정책 이슈페이퍼'를 발간할 예정이다.
또한 국회 전문가 좌담회를 통해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내 인력 운영 기준과 업무 분장 명확화를 위한 제도 개선안을 공식 제안할 계획이다.
협회는 간호조무사의 역할을 제도 안에서 강화하고, 현장에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책 건의 활동도 병행할 예정이다.
곽지연 회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환자 안전과 간호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이지만, 현장에서는 인력 운영의 불합리함으로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며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 개선에 반영하고, 간호조무사의 합리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조무사는 의료현장의 중요한 축"이라며 "업무 전가와 인력 과중 문제를 해결해야만 환자 돌봄의 질이 높아지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신뢰도도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