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 우울증 치료제 시장, 오리지널 강세 속 제네릭 경쟁 심화

혁신 신약 개발 경쟁 본격화… 기존 약물 한계 극복 위한 도전

홍유식 기자 2025.09.15 13:36:56

최근 국내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받는 환자가 급증하며 치료제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우울증 환자 수는 11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10대 미만 아동 환자가 5년 새 2배 이상 폭증했고, 20~30대 젊은 층과 여성 환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환자 증가세에 힘입어 국내 우울증 치료제 시장에도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약 2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 시장은 오랜 기간 오리지널 의약품과 그 제네릭이 주를 이루며 성장해왔지만, 최근에는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신약 개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우울증 치료제 시장은 룬드벡의 '렉사프로(성분명 에스시탈로프람)'가 수년째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렉사프로의 제네릭인 명인제약의 '뉴프람' 등도 시장에서 선전하며 오리지널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외에도 현대약품의 '셀렉틴', SK케미칼의 '프루신' 등 다양한 제네릭 제품들이 시장에 나와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은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오리지널은 오랜 기간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제네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가와 활발한 영업·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경쟁 구도 속에서 환인제약과 명인제약은 국내 정신신경용제 시장의 '투톱'으로 불리며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기존 우울증 치료제들은 복용 후 효과 발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약 30%에 달하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치료 불응성'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새로운 작용 기전의 혁신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부광약품은 루라시돈 성분의 항우울제 '루라시돈'을 개발해 식약처 허가를 신청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약물은 기존 약물의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시장 진입 시 상당한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에이치이엠파마는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 기반의 우울증 신약 후보물질(HEM20-01)을 개발해 미국 FDA에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과 뇌의 연결성을 활용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경희대 한의대 연구팀은 연꽃의 씨앗인 '연자'에서 추출한 물질을 활용한 천연물 우울증 치료제 '연심정'을 개발해 시판 허가를 받는 등 국내 고유의 자원을 활용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울증 환자 증가와 함께 치료제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환자가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치료를 망설이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고위험군 우울증 환자를 위한 치료법인 '스프라바토(에스케타민)'와 '전기경련치료'의 활용이 저조하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 노력이 우울증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며 "정신 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경제적 격차 없이 누구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