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근감소증 치료 시장, 신약 개발 어디까지

기존 운동·영양 한계 넘어선 신약 개발 경쟁 본격화

홍유식 기자 2025.09.08 16:20:21

고령화 사회의 그림자, 근감소증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근육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낙상, 골절, 심지어 치매와 심혈관 질환까지 유발하며 노년층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국내 추정 환자만 100만명 이상이며, 2025년부터는 세계보건기구(WHO) 질병 코드가 부여되어 국제적인 관리 대상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근감소증에 대한 승인된 치료제가 없어 운동과 영양 보충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으며, 국내 연구진들 역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발표한 브리프에 따르면, 초고령화로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근감소증 치료 시장에 새로운 접근법이 제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에는 단백질 섭취와 규칙적 운동 외에는 뚜렷한 치료 수단이 없어 환자와 의료현장이 한계를 겪어왔지만, 최근에는 운동 효과를 모방하는 '운동 유도 약물(exercise mimetic therapy)'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며 주목받고 있다.

근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2023년 기준 약 30억7810만 달러(약 4조2000원) 규모로 추산되며, 2029년에는 40억2390만달러(약 5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미 시장이 가장 크지만 아시아와 유럽의 성장세도 주목되는 상황. 현재 시장은 비타민 D, 칼슘 등 영양 보충제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향후 신약 개발이 본격화되면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근육 성장 억제 경로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이오스타틴 억제제다. 근육 생성을 막는 단백질인 마이오스타틴의 기능을 억제하여 근육량을 늘리는 원리다.

일라이 릴리는 비만 치료제와 병용하여 근육 손실을 최소화하는 약물을 개발 중이며, 노바티스, 바이오젠 등도 마이오스타틴 억제제 임상시험을 통해 근감소증과 희귀 근육 질환 치료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단순히 근육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비만 치료 시 발생하는 근육 손실을 막아 더욱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신약 개발 전략은 바로 '운동 유도 약물'이다.

이는 실제 운동이 우리 몸에 주는 생리적, 대사적 효과를 약물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만성 질환으로 운동이 어려운 고령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개발 전략은 다양해 에너지 대사 경로를 활성화하거나 근육 성장을 직접적으로 촉진하는 방식은 물론, 운동 시 분비되는 엑서카인이라는 생리활성 물질을 활용하는 분자적 접근도 시도되고 있다. 일부 초기 연구에서는 근육량 유지, 지구력 향상, 대사 개선 등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되어 상용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에 대한 의지가 뜨겁다.

인체의약품 및 동물용 의약품 치료제 개발사인 '플루토'는 GIST 기술 기반 근감소증 신약 후보를 임상 2상 단계로 진입시켰고, '이연제약'은 공동개발을 통해 국내 상업화 권리를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양대, 연세대, 가톨릭대는 근육 노화 기전 규명과 새로운 타깃 발굴을 진행하며, 진흥원도 국가 과제를 통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

운동 유도 약물은 실제 운동이 인체에 주는 생리·대사 효과를 약물로 모방하는 접근식이다.

보고서는 "근감소증 신약 후보 물질 대부분이 아직 비임상 및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어, 조기 상용화를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 장기 효과 검증, 도핑 규제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 다기관 임상 네트워크 구축, 기능적 지표 중심의 허가 평가 기준 마련 등 산업 및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AI 신약 개발, 예방 의학, 노인 복지-의료 연계를 통한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신속하게 기술을 도입하면 장기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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