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환자가 응급실을 전전하다 끝내 숨지는 비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공의 복귀에도 불구하고 지방 소아응급실 축소가 이어지면서 아이를 둔 부모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회장 최용재,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 준중증 환자를 생활권 내에서 신속히 종결할 수 있는 '소아청소년병원 2형(소아긴급의료센터 2형)' 모델을 정부에 제안했다.
지난해 5세 남아가 급성 후두염으로 여러 응급실을 떠돌다 숨진 사건은 사회적 충격을 남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특정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언제든 재발 가능한 구조적 문제"라고 경고한다.
최용재 회장은 "최근 지방대병원 소아응급실 축소 사례가 보도되고 있는데, 이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금이야말로 소아응급의료체계 개선의 정책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소아긴급의료체계, 왜 필요한가
소아 질환은 성인과 달리 계절성·유행성이 강하다. 독감·RSV·폐렴이 돌 때면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 대기실은 순식간에 포화 상태가 된다. 이때 1·2차 의료기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중환자를 맡아야 할 대학병원마저 중등증 환자로 붕괴될 수 있다.
최 회장은 "응급실보다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경증·중등증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긴급 진료망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3차 거점병원은 중증 환자에 집중하고, 국가는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병원 2형은 준중증 소아환자를 생활권에서 종결하는 모델이다. 열성경련, 폐렴, 천식 발작, 탈수, 장중첩증 같은 질환을 1~2일간 치료·입원해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즉, 경증은 1형(소아의원급)에서, 준중증은 2형에서, 중증은 3차병원에서 담당하는 권역별 3단계 연계 체계다.
협회는 2형 지정 기준으로 ▲전문의 상시 배치 ▲관찰·단기입원 병상 확보 ▲기초 검사·초기 중재 가능 여부 ▲전원체계 및 성과지표 관리 등을 제시했다. 특히 "고난도 진료를 담당하는 만큼 단순 수가 지원을 넘어 인력·시설·예비병상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과 기반 보상체계 필요
이와함께 협회는 2형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성과 기반 보상체계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전 지원(70%)과 성과 연동 사후 지원(30%)을 결합한 구조다. 주요 성과지표(KPI)는 ▲전원률 ▲야간 대기시간 ▲예방가능입원율 등으로 설정해 합리적인 차등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최 회장은 "단순히 '병상 수'로만 평가하지 말고, 실제 환자를 종결하는 기능 중심의 지표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전문의 확보와 교육 투자도 촉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아긴급의료체계는 끊김 없는 연계가 핵심이다. 직통 연락망과 정보 공유 플랫폼을 활용해 의뢰·수락·회송 시스템을 신속히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 지자체는 지역별 수요를 반영한 맞춤 지원을 통해 '아이 의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부모 입장에서 가장 절실한 건 '밤중에 아이가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문제다. 소아청소년병원 2형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아이들이 의료 공백 속에서 희생되지 않도록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