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전자처방 전송 환자 안전 위협, 전면 재검토해야"

가정의학과의사회, 일차의료 강화·주치의제 도입·통합돌봄 체계 구축 촉구

김아름 기자 2025.09.08 07:07:48

(왼쪽부터) 경문배 총무이사, 김성배 총무부회장, 강태경 회장, 강준호 의무부회장, 유승호 공보이사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적 전자처방 전송시스템을 둘러싸고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회장 강태경) 7일 추계학술대회 및 제54회 연수강좌를 열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앙집중형 서버 구조는 대규모 보안사고에 취약하고, 의사 처방권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라며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졸속 추진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회는 더불어 수도권 환자 쏠림과 지방 의료공백 해소를 위해 일차의료 중심의 주치의제 도입과 커뮤니티케어(통합돌봄)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환자 안전보다 전산 효율 우선?

가정의학과의사회는 공적 전자처방 전송시스템이 국민 편의성과 환자 안전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앙집중형 서버 구조는 대규모 해킹이나 내부자 유출에 치명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다. 한 번 유출된 의료정보는 회수가 불가능해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길 수 있다는 것. 

강태경 회장은 "전국 의료기관과 약국이 동시에 접속하는 시스템 특성상 서버 과부하와 전송 오류, 네트워크 지연 가능성도 크다"며 "이 경우 처방 발급과 조제가 지연돼 환자 대기시간이 늘고, 의료진의 행정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진료 연속성을 저해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대체조제 절차가 간소화·활성화되면 의사의 처방권이 사실상 약화되고, 환자와 의사 간 신뢰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강준호 의무부회장도 "이미 민간 시스템을 통해 의원과 약국 간 전산 처방 연계가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며 "공적 시스템을 별도로 강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일차의료 강화와 주치의제 필요성

공적 전자처방 논란과 맞물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의료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지역 1·2차 의료기관이 약화되면서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필수의료 공백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광역 단위 진료권' 회복과 주치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자가 지역 의료기관을 거쳐 상급병원으로 의뢰·회송될 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곧바로 대형병원을 찾을 경우 일정 부담을 지우는 방식의 수요 관리도 검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주치의제는 만성질환 관리, 예방, 의뢰·회송 등 지역 자원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라고 언급했다.

강 회장은 "많은 환자들이 이미 자신이 꾸준히 다니는 의사를 사실상 주치의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제도적 지원이 없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주치의제 도입과 광역 진료권 회복이 병행돼야 지역완결적 의료체계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커뮤니티케어, 초고령사회 필수 과제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커뮤니티케어(통합돌봄) 체계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주치의로서, 일상 진료뿐 아니라 장기적 관리와 예방 중심의 돌봄을 제공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강 의무부회장은 "특히 독거노인, 다중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 환자들에게는 단발적 진료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가정의학과는 지역사회에서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통합돌봄의 핵심 축으로서, 의료와 복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승호 공보이사도 "정부가 한의주치의 시범사업처럼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추진하기보다, 일차의료기관 중심의 전달체계 확립에 집중해야 한다"며 "개원의가 주치의로서 충분히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재정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합의 없는 속도전은 국민 안전 위협"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전자처방 전송시스템을 비롯해 일차의료 및 통합돌봄 관련 제도가 국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설계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 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합의 없는 속도전은 결국 국민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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