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인증 권한 충돌… "전문성 기반 vs 공정한 참여 보장"

위대장내시경학회 "전문학회 주도의 인증, 검진 질 향상 위한 필수 조건"
가정의학과의사회 "밀실정책과 셀프평가 아닌 투명하고 열린 제도 필요"

김아름 기자 2025.09.08 07:08:24

국가암검진사업의 핵심 수단인 내시경 교육 인증을 둘러싸고 의료계 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위대장내시경학회는 전문성을 강조하며 인증 권한의 학회 중심 운영을 주장하지만, 가정의학과의사회는 특정 과 중심의 구조가 불합리하다며 새로운 학회 창립을 통해 공정한 참여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양측의 주장은 모두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지만 위대장내시경학회는 전문성을 강조하며 검사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학회의 독립적 인증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가정의학과의사회는 특정 과 중심의 독점 구조가 일차의료의 역할을 저해한다고 보고, 공정한 참여가 국민에게 더 안전한 검진 환경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왼쪽부터)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조원영 총무이사, 이정용 이사장, 곽경근 회장, 안용환 부총무 및 간행이사, 조승철 공보이사
 

위대장내시경학회 "인증은 전문성 보장 위한 제도"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회장 곽경근)는 내시경 검사의 질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문학회의 독립적 인증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학회는 지난 2017년부터 내시경 전문의(인증의) 제도를 도입해 운영해왔으며, 전공과목과 무관하게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학술대회 참석 평점과 내시경 검사 실적 등 객관적인 자료를 종합 평가해 인증 여부를 결정하고, 올해부터는 필기와 실기시험까지 강화해 보다 엄정한 절차를 마련했다.

이러한 인증 제도는 단순히 학회의 권위를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실제로 정부가 검진기관 평가에서 인력평가 점수로 인정할 정도로 제도적 공신력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곽경근 회장은 "국가암검진에서 내시경 검사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담보하려면 단순한 이론 교육이 아니라 임상 경험과 학문적 기반을 반영한 전문성 중심의 인증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일부 단체가 헌법소원까지 제기하며 교육 평점 부여 권한 확대를 요구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곽 회장은 "수련 체계의 전문성을 무시한 채 여론전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의료 현장의 역량을 깎아내리는 접근"이라며, "만약 이러한 요구가 수용된다면 내시경뿐 아니라 타 전문과의 고유성마저 위협받고, 종국에는 의료체계 전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회는 내시경 검사수가 문제도 꼬집었다. 고령 환자 증가와 검사 과정에서 요구되는 고도의 전문성, 인건비와 재료비 상승을 감안할 때 현행 수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용 이사장은 "과소한 수가는 검사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수밖에 없으며, 조기발견과 조기치료의 장점이 사라지면 국가 전체의 의료비는 오히려 상승한다"며, 수가 현실화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임을 강조했다.

학회는 올해 말 자체 학술지 발간 계획도 밝혔다. 이를 통해 최신 내시경 술기, 보험기준, 진료지침 등을 체계적으로 공유하고, 학문적 성장과 임상 현장 적용을 동시에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이정용 이사장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과 인증, 그리고 연구 플랫폼 구축을 통해 내시경 분야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가정의학과의사회 김성배 총무부회장, 강태경 회장, 강준호 의무부회장, 유승호 공보이사

가정의학과의사회 "독점 깨고 공정한 참여 보장해야"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회장 강태경)는 반대로 현행 내시경 교육·인증 체계가 특정 전문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불공정하다고 비판한다. 이미 많은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일차의료 현장에서 내시경 검사를 활발히 시행하며 조기 암 발견과 예방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들의 교육과 평가는 정당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강준호 의무부회장은 "정식 학회인 가정의학회에서 시행하는 연수교육은 배제하면서 의학회 산하 공식 학회조차 아닌 일부 단체의 교육은 인정해왔다"며 "이는 공정하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책 연구용역을 특정 단체에만 맡기고 그 결과를 해당 단체 스스로 평가하는 구조는 사실상 독점 체제"라며 "이로 인한 폐해는 이미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이러한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대한가정의학회와 협력해 '일차의료소화기내시경학회(가칭)' 창립을 추진 중이다. 오는 12월 창립총회를 열고 내년 2~3월 서울에서 첫 학술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부산 등 지역에서도 연수강좌를 열어 교육 기회의 지역 편중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강태경 회장은 법적 대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헌법소원 제기나 소송도 고려했지만, 법적 절차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빠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며 "복지부와 공단이 보다 객관적인 체계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설득과 대화에 집중해보자는 게 현재 입장"이라고 말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내시경 검사자 수에서 내과 다음으로 가정의학과가 많은 점, 암검진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을 근거로, 자신들의 역할이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 부회장은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국민 건강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공정한 평가와 존중을 받지 못하는 현실은 의사로서 자존감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새로운 학회를 통해 열린 교육, 공정한 평가, 건강한 경쟁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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