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머물러 있는 비현실적인 수가로는 더 이상 양질의 내시경 검사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검사의 질 저하는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것입니다."
위대장내시경학회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인건비와 재료비,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위험도 증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현재의 내시경 수가 체계에 대해 강력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학회는 저수가 정책이 지속될 경우, 암 조기 발견이라는 국가암검진의 근본적인 목표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회장 곽경근)는 7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제26회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상대가치 재평가 시급…'가치 기반' 보상 이뤄져야"
이날 학회는 현재 진행 중인 내시경 분야 상대가치점수 재평가 과정에서 현실적인 비용 분석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원영 총무이사는 "현재의 내시경 수가는 거의 10년 전의 인건비 기준에 맞춰져 있다"며 "최저임금 급등으로 전체 인건비가 크게 올랐지만, 수가는 자연 인상분 정도만 반영돼 각종 비용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용은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은 채 분석이 시작됐다"며 제대로 된 원가 보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곽경근 회장도 "낮은 수가로 시작해 저조한 인상률이 반복되면서 저평가 상태가 고착화됐다"면서 "심지어 내시경 수가 보전의 일부였던 소독 수가나 재료대마저 재평가를 이유로 지급이 중단·정리되는 등 불합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고령 환자 증가에 따른 위험도 상승분 역시 수가에 반영되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곽 회장은 "고령 환자는 시술 위험도가 훨씬 높아 의료진의 부담이 크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전무하다"며 "이러한 저평가 기조는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용 이사장(대한내과의사회장) 역시 정부가 추진하는 '가치 기반 지불 제도' 개편 방향에 맞춰 내시경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한국 내시경의 우수성은 전 세계적으로 공인돼 있으며, 위암·대장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에 기여하는 가치는 이미 증명됐다"며 "가치 기반으로 보상 체계를 개편한다면, 그 가치에 합당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 환자 시술의 위험성과 의료사고 발생 시 의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형사 처벌 문제 등도 심각하다"며 "환자 단체 반대를 이유로 의료 분쟁 면책 논의를 미룰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인증의 시험' 시행…"객관적 실력 검증으로 질 관리 선도"
한편, 학회는 이날 내시경 질 관리 강화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내시경 전문의(인증의)' 필기 및 실기시험을 도입해 시행했다. 기존에는 서류 심사만으로 인증의 자격을 부여했지만, 앞으로는 객관적인 시험을 통과해야만 최종 자격을 인정받게 된다.
조승철 공보이사는 "인증의 제도를 내실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필기·실기시험을 진행했다"며 "본회에서 편찬한 증례집을 기반으로 한 필기시험과, 환자 준비 자세부터 삽입·관찰 시간까지 평가하는 실기시험을 통해 시술자의 역량을 다각도로 검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첫 시험에는 위내시경 23명, 대장내시경 26명이 응시했다. 특히 응시자 중 타과 회원의 비율이 위내시경은 80%, 대장내시경은 60%에 달해, 학회 인증의 제도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방증했다.
곽경근 회장은 "첫 시험이라 응시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객관적인 시험 도입은 시술자의 질 향상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려는 학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