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에이징 화장품의 인기는 지금까지 주로 40~50대 이후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2030세대까지 그 폭을 넓히면서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웰에이징(Well-Aging)'이나 '슬로우에이징(Slow-Aging)'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나이 들어가는 것이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노화를 부정적인 개념이 아닌 긍정적인 삶의 한 단계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슬로우에이징 관련 시장의 소비층은 안티에이징과는 다르게 MZ세대가 주축이다. 하지만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최근 늘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들도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흐름에 합류하는 추세다.
젊고 건강한 피부를 오래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슬로우에이징은 나이에 맞춰 천천히 늙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무조건 젊어지려는 것이 아닌 건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슬로우에이징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습관, 꾸준한 운동 등 몸에 좋은 생활습관과 함께 유해한 환경을 피하면서 적절한 피부관리까지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노화는 일정한 나이가 됐을 때 갑자기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20~30대부터 서서히 진행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30대는 노화속도를 늦추기 위해 적극 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특히 이 시기 피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노년기 피부도 예측 가능해진다.
피부 노화의 징후는 다양하다. 먼저 수분량이나 피지가 줄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푸석푸석해진다. 반면 잡티와 기미, 잔주름이 급격히 늘면서 칙칙하고 고르지 못한 피부 톤을 만든다. 모공이 점차 커지고 피부가 늘어지면 얼굴 윤곽도 서서히 무너지게 된다.
이와 같은 피부 노화에 대비해 최근에는 기능성 화장품이나 건기식은 물론이고 뷰티 디바이스와 같은 의료기기의 수요도 증가했다. 특히 2030 세대의 슬로우에이징 제품 구매력은 급격하게 늘고 있다.
뷰티업계도 슬로우에이징 제품 수요에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더모코스메틱, 코스메슈티컬, 클린뷰티 등 새로운 스킨케어 상품군을 선보이며 국내 뷰티시장 트렌드를 선도해 온 CJ올리브영은 이와 같은 슬로우에이징 트렌드에 누구보다 적극 대응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이미 지난해 10월 슬로우에이징을 새로운 뷰티 패러다임으로 제안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웰에이징 트렌드를 반영한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도 밝혔다.
올리브영이 새 뷰티 패러다임으로 슬로우에이징을 선택한 데는 자체 구매 데이터 분석결과가 기반이 됐다. 올리브영 고객 73%를 차지하는 2030세대의 피부 고민 상당수가 노화와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25세 미만 고객은 수분·진정 상품을 선호했지만, 25~34세 고객은 모공, 탄력, 흔적 관리에 특화된 기능성 스킨케어 상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컸다. 이처럼 슬로우에이징 관련 스켄케어 상품 매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10%씩 증가했다. 특히 올리브영은 20대의 탄력케어 구매 성장률이 40대를 넘어서기도 한 것에 주목했다.
올리브영은 슬로우에이징 영역으로 기존 안티에이징 영역인 탄력관리에 더해 모공, 안색, 흔적 등을 카테고리화 해 기능성 상품들을 선별하고 있다.
슬로우에이징 트렌드는 뷰티업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 하나가 관련 제품의 카테고리 확대를 꼽을 수 있다. 기존 정통 안티에이징 제품은 주름 개선이나 탄력 증진을 앞세운 제품이 주력이었지만, 슬로우에이징 제품은 모공이나 피부 톤, 잡티 개선까지 보다 포괄적이다. 여기에 뷰티 디바이스와 같은 의료기기나 '먹는 화장품'인 이너뷰티도 슬로에이징과 관련이 깊다.
이처럼 슬로우에이징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관련 제품들의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MZ부터 고령층까지 수요층이 넓어지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을 겨냥한 안티에이징 제품이 고가인 것에 비해 MZ세대까지 아우르는 슬로우에이징 제품은 중저가라는 점도 이들 제품들의 매출 증대에 한몫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슬로우에이징 트렌드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의약품, 의료기기는 물론 건기식, 화장품까지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고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시장이 커지면서 업체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향후 제품 품질은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지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첨단 소재와 차별화된 성분을 바탕으로 한 고기능성 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