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축소에 환자 불안 가중… "정부-의료인 행위 정당한가"

"의대증원 굽힘 없는 정부, 현장 떠나는 의료계"… 중증질환연합회, WHO 개입 요청
교수들, 진료축소에 사직서 제출… 사태 장기화 시 응급의학과도 구체적 행동 나설 것

김아름 기자 2024.04.09 10:13:34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마저 업무 과중을 이유로 진료 축소에 나서고 있다.

9일 기준, 지난 2월19일 빅5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50일이 됐다. 정부가 사직서 제출 전부터 진료유지명령 및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음에도 1만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해 현장을 떠나고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

특히 서울 시내 권역응급의료센터 대부분이 운영에 차질을 겪고 있으며, 응급의학과 의사들도 현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집단사직을 준비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소속 의료진들로 구성된 응급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500여명의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응급실을 나갔으며, 대부분의 수련병원이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심각한 위기 상황을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남아있는 의료진들의 피로와 탈진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교수들의 업무 단축은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의대증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를 백지화하고 의료계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진지한 협상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응급의학과 비대위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에게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안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응급실 사직을 포함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이와 별개로 많은 응급의학 전문의가 자발적으로 현장을 떠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와함께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사용한 돈이 이미 5천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갈지도 알수도 없다고 한다"며 "이 돈이면 아주대 외상센터급의 권역외상센터를 2~3개 지을 수 있는 돈으로 사태발생 이전에 필수의료 현장에 투입됐다면 이토록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말 서로에게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 이대로 계속 시간이 지나면 환자들의 피해는 커져만 갈 것이고 사태를 촉발한 정부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진정한 해결을 위해 의대증원을 포함한 모든 의제들을 백지화하고 의료계를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진지한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 같은 사태에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WHO에 국내 의료대란을 국제기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다뤄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증질환연합회는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 정원을 절대 양보나 타협할 수 없다며 의료계와 대립각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료계 역시 기득권과 이익에 반하고 정부가 의료계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자 치료를 중단하고 현장을 떠나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로 인해 환자 치료 중단사태가 발생해 생명과 건강에 위협을 받는 게 의료인과 정부 자세와 행위가 정당한지 WHO에서 살펴 주길 바란다는 취지다.

중증질환연합회가 WHO 개입을 요청할 계획을 알린 건 지난 7일 세계보건의 날을 맞아서다. WHO 헌장이나 세계보건의 날 슬로건과 달리 국내 의료현장은 중증환자 생명을 위협 받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것. 중증환자가 집으로 되돌려보내지는 전쟁지역 같은 반인도적 상황이 2달째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올해 '나의 건강 나의 권리(My health, My right)'라는 WHO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 강대강 전선에 비춰 볼 때 공허한 슬로건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의 날 행사와 캠페인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환자가 원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는 것.

중증질환연합회는 "물론 WHO가 국내문제라고 다루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환자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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