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와 세균이 병원체가 돼 발병한 감염병은 인류 문명을 완전히 바꾸기도 하는 등 인류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16세기 스페인의 에르난 코르테스가 1000명이 채 되지 않는 인원으로 멕시코의 아즈텍 제국을 무너뜨리는 데는 ‘천연두’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남미 안데스 고원의 잉카제국도 천연두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몰락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중세 유럽을 초토화시킨 페스트, 20세기 5000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스페인독감 등이 대표적이다.
19세기 말부터는 호흡기로 전염되는 각종 인플루엔자와 조류인플루엔자·사스·메르스·코로나19가 창궐하는 추세다. 과학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감염병 유행은 변이된 바이러스의 출몰로 증가하면서 21세기에도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최근 30년간 크리미안콩고출혈열, 필로바이러스(에볼라, 마버그), 고병원 코로나(사스, 메르스), 라싸, 니파, 리프트계곡열, 치쿤구니야열, 지카바이러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등 40여종의 신종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했으며, 20세기 이후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75% 이상이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했다고 보고됐다.
국내에서 법정감염병으로 정해 관리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은 탄저병, 브루셀라증,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공수병, 일본뇌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 큐열, 결핵 등이다. 이중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 큐열 등은 최근 사람에 대한 감염의 사례가 많지 않다.
특히 주목해야할 점은 최근 나타난 신종 감염병이 어디서부터 유래됐는가 하는 것이다. 2002년에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으로 전파된 사스 바이러스, 조류로부터 유래된 신종 인플루엔자 H1N1 바이러스, 낙타로부터 유래된 메르스, 모기에 의한 일본뇌염,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1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에볼라 바이러스까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들은 대부분 동물로부터 유래된 인수공통 바이러스들이다. 이는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던 토착 질병이 교통수단의 발달과 국제 교류의 증가로 인해 쉽게 퍼져나가고 이동하면서 병원균이 변형돼 독성이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신종 감염병은 새로운 병원체에 의한 감염병 이외에 원인 병원체는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감염병까지 포괄하고 있다. 많은 신종감염병은 증상이 애매하고 조기진단이 쉽지 않으려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고 사람 간 전파가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공포감에 빠지기 쉽다.
![]() 팬데믹(pandemic)이란 말은 그리스어 ‘pan(πᾶν, 모든)’과 ‘demos(δῆμος, 사람들)’를 결합해 만든 것으로, 모든 사람이 감염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이는 전염병 혹은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상태다. WHO의 전염병 경보 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을 뜻한다. WHO는 감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감염병 경보단계를 1~6단계까지 나누는데 팬데믹은 최고 경고 등급인 6단계에 해당한다. 팬데믹은 특정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으로 이를 충족시키려면 감염병이 특정 권역 창궐을 넘어 2개 대륙 이상으로 확산돼야 한다. 6단계에 앞서 1단계는 동물에 한정된 감염, 2단계는 동물 간 전염을 넘어 소수의 사람에게 감염된 상태, 3단계는 사람들 사이에서 감염이 증가된 상태, 4단계는 사람들 간 감염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세계적 유행병이 발생할 초기 상태, 5단계는 감염이 널리 확산돼 최소 2개국에서 병이 유행하는 상태다. 마지막인 6단계인 팬데믹은 5단계를 넘어 다른 대륙의 국가에까지 추가 감염이 발생한 상태다. 인류 역사상 팬데믹에 속한 질병은 14세기 중세 유럽을 거의 전멸시킨 스페인독감, 1968년 100만명이 사망한 홍콩독감 등이 있다. 특히 WHO가 1948년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팬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2020년 코로나19 등 세 차례 뿐이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독감바이러스, 신종플루, 코로나19
◇홍콩독감 사람에게 전염되는 독감 바이러스 ‘H2N2형’에 조류바이러스 ‘H3형’이 결합된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난 것이다. 흔히 독감이라 불리는 인플루엔자의 하나다.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을 말한다. 일반 감기보다 발열, 두통,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홍콩과 대만, 중국 남부 등 아열대기후 지역에서는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인플루엔자 유행이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겨울철에 주로 유행한다. 감염경로는 기침을 통해 공기 중으로 전염된다.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분비물(비말)을 직접 접촉할 경우 감염될 수 있다. 주로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눈이나 코, 입 등 얼굴을 만지면서 감염된다. 홍콩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주가 있다.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생기기까지 2주 정도 걸리므로 사전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에 포함된 균주와 유행하는 바이러스 항원이 일치한다면 건강한 성인 기준으로 70~90% 정도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신종플루 신종플루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에서 발생해 생긴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pandemic influenza A/H1N1 2009)에 의해 감염되는 호흡기 질환이다. 초기에 '돼지독감'으로 불린 이 바이러스성 질환은 멕시코에서 등장해 미국으로 퍼진 후 전 세계로 확산됏다. 신종플루는 계절 인플루엔자와 증상이 유사해 발열, 기침, 인후통, 콧물, 두통, 오한, 피로, 오심, 구토가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야생동물 사이에서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의 병원체로, 우한에서 발원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목이나 설치목 동물들을 자연숙주로 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시 시장에서 거래된 야생동물을 중간숙주로해 변이형이 발생된 것으로 추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 질환으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며, 증상이 거의 없는 감염 초기에 전염성이 강한 특징을 보인다. 감염 후에는 인후통,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거쳐 폐렴으로 발전한다. 코로나19는 메르스와 같이 1단계에서 동물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됐고, 2단계에서 인간 사이의 전염으로 발전했으며, 3단계에서 감염자를 통해 접촉자나 가족·의료진에게 전파돼 대규모로 확산되는 4단계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