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설레임,그리고 민첩성(Agility)

[보건포럼] 서정선 서울대학교 분당병원 석좌 연구교수/ 공우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보건신문 2018.02.05 17:41:03

47년간 익숙했던 대학로를 떠나 분당 돌마로 서울대분당병원 연구파크로 옮긴지 이제 5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퇴임전부터 익숙한 것과의이별은 언제나 쉽지 않은 것이라고 스스로를 타이르곤 하였다. 그러나 새로 이주한 혁신파크 6층에 위치한 유전체연구소 사무실은 아담한 산을 마주하고 있어 매일매일 몇십분씩 넋을 잃고(?)창밖을 쳐다볼 정도로 전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고 있다.

분당병원에서 연구석좌 교수 타이틀을 주어 실제 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그래도 퇴임이 가져다 준 여유때문인지 몇 달동안 창밖의 나무색이 바뀌는 모습만으로도 가슴으로 자연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런 자연과의 소통은 무언가 새로움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슴이 벅차오르게 한다.

학생들 논문지도,실험, 외부회의 그리고 방문자들과의 미팅등 모든 것이 겉으로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예전에는 일을 빨리 처리하고 경쟁적으로 무엇인가를 성취해야한다는 중압감속에서 지냈다면 요즈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는 자세로 살고 있다.

지난해 11월초 존스홉킨스대학의 리버 뇌발달연구소(Lieber Inst. of Brain Development,LIBD) 초청으로 강연을 하고 왔다. LIBD는 미국내에서 매년 500례의 새로운 인간 뇌를 수집하는 인간 뇌연구분야 최고의 연구소이다. 공우 생명정보재단(이사장: 필자), 마크로젠 게놈연구소는 LIBD연구소와 같이 공동으로 대형 뇌연구과제를 계획하고 있다.

D.와인버거(Daniel Weinberger)소장은 의사연구자로서 나보다 4살많은 이분야의 존경받는 학자이다. Daniel은 정력적이지만 항상 미팅 마지막에서는 우리가 10년이내에 결론을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우리 모두 인간적인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일을 즐기고 있다. 나나 다니엘이나 10년에서 15년의 시간내에 자신의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초초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나에게 몇가지 바뀐 것이 있다. 하나는 대학졸업과 함께 손을 뗀 그림을 다시 시작한 것이다. 나이프와 붓을 같이 사용하면서 하얀 캔바스를 칠해 나가면 나는 45년전 의대 미술반 시절로 돌아간다. 하루 30분씩 유화를 그리는 일은 새로움과 설레임을 주면서 나를 20대 젊은 시절로 데려다 준다. 벌써 2편의 작품을 완성시켰다.

다른 하나는 생각이 끝나면 반드시 즉각실행을 한다는 점이다. 초초하지 않고 즐기지만 그렇다고 기다리거나 늘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전략적 민첩성(Agility)이다. 21세기 빠른 환경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싶다면 민첩하게 움직이고 빅데이터를 모아 인공지능으로 예측한다는 것이다. 민첩성은 21세기의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화두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주의나 이데올로기 자체가 아니라 이것의 실천이다. 이제까지는 내가 아는 사람과 주로 관계를 맺고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나를 모르는 불특정 다수와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서로 공감하면서 살고 싶다..

기존의 협소한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서 불특정다수와 소통의 방식을 갖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야는 다르지만 BTS(방탄소년단)의 성공적인 세계화도 비슷한 예가 될 것이다.

한국이 정보의학 세계적인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불특정다수인 10만이상의 사람들끼리 유전체정보로서 정보의학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정부와 병원이 마련하고 기존규제를 혁파하여 이를 즉각실행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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